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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즐거움

소설 [불편한 편의점] 독서후기

 

<소설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하지 않으면 돌아가세요.>

 

쉽게 술술 읽힌다. 

우리가 매일 가는 편의점이라는 낯익은 소재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흔한 등장인물들.

그중 누구 하나에다가 나를 대입시켜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주인공 독고씨만 빼고는....

독고씨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노숙자라는 전직은

결코 평범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에 <불편한 편의점>은 공전의 히트를 치고

2편까지 나오고, 연극도 하고,

이제는 티비 드라마로도 나온다고 한다.

평범할 것 같은데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 

편해야 하는데 편하지 않은 편의점.

말장난 같지만 또 그 속에 함축된 의미가 있다.

 

어찌 보면 결론이 너무 교훈적이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인공이  주변 인물들을 변화시키는 사건들도

성공일률적이다. 

이 정도 능력 있는 사람이 웬 노숙자?

말만 더듬으면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나?

하지만 그런 아쉬움들 속에서도 

이 소설만이 가진 장점들은 많다.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으니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이리라.

대략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편의점 사장님인 염여사는 어느 날 지갑을 잃어버리게 되고

지갑을 주웠다는 노숙자 독고씨를 만나게 된다.

편의점을 하기전, 교사로서 정년퇴직한 염여사는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쳐본 자신의 안목을 믿고

독고씨를 편의점 야간 알바로 채용하게 된다.

말도 더듬고 알콜중독자인 독고씨는

추운 겨울을 따뜻한 편의점에서 날 수 있다는 희망에

알바직을 수락한다. 

독고씨는 알콜성 치매 증상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전직이 무엇인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독고씨는 타고난 기민함으로 

편의점 일을 척척배우고, 빠른 시일 내에 

편의점 직원으로 자리잡는다.

독고씨가 편의점으로 들어오고부터

편의점에는 변화가 하나 둘 생긴다.

늘 정체되어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편의점 직원들에게 독고씨라는 이상한 알바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독고씨는 전직이 무엇일까라는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성실하고, 똑똑하기까지 하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대처하는 능력이

일반사람들보다 뛰어나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니...

숨기거나 뭔가 다른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독고씨 덕분에 편의점 직원들과

동네 주민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간다.

독고씨가 툭툭 던지듯이 내뱉은 한마디들이

그들 인생의 고민을 해결해 줬다고 해야 하나...

드라마틱하게도 독고씨가 제시한 해법들로

좀 더 나은 인생을 살게 된 사람들. 

홈리스 독고씨를 무시하지 말라! 

사람을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 말라!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고 온 사람이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일지라.

 

술술 읽힌다고 했다. 

평범한 단어들과 나도 한번 해봄직했을 

생각들이 도처에 보인다.

공감했으니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며

술술 읽게 되는 것이리라.

 

 

선숙에겐 단순 명쾌한 하나의 금언만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전문용어로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것이었다.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아는 선배 언니가 늘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말이다.

누가 그렇게 언니의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도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실망하게 되었을 때

상대방이 내 바람처럼 변하지 않을 때

속담처럼 중얼거리지 않았던가.

 

처음 왔을 때부터 반말로 돈 던지기를 시전해
그녀를 경악케 했다.
그는 마치 시현이 기계라도 되는 양
반말로 원하는 바를 입력하고
그 결과 역시 재촉했다. 

편의점 직원인 시현의 마음도 우리가 겪어보지 않아도 

공감이 간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진상은 어디에도 있으니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하인 부리듯

하는 진상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안 해야지 하고

다짐을 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선숙씨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게 된다.

독고씨는 노숙자였던 시절을 말끔히 씻고

의엿한 사회인으로 변화하였으니까.

걸레가 빨아서 수건 된 셈이고, 더군다나

선숙씨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 줘

아들과의 관계도 되돌려놓았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나?

 

시현씨가 골치 아파하던 편의점 진상도

독고씨가 쉽게 물리쳐(?)주었다. 

봉지를 공짜로 요구하던 진상에게

독고씨가 자신의 더러운 에코백을

봉지대신 주었다는....

이 대목에서 속 시원히 웃었다.

 

끝으로 갈수록 독고씨의 

자아 찾기가 진행된다.

주변사람들을 관심과 배려로 변화시키고

자신도 점점 변화됨을 느낀다.

술을 끊으니 기억도 점점 돌아온다.

독고씨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더운 여름이지만 사람 사는 따뜻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